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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원의 전설을 말하다: 나드손 편
    Team BlueWhelk 인터뷰/전설을 말하다 2020. 4. 16. 12:33

     

    2004년 K리그 MVP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는 나드손.

     

    수원의 전설을 말하다 1: #나드손 - 코로나19가 아직도 기승을 부리면서 K리그의 냉기가 따뜻해질 기미 역시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안타까운 현 사태를 빌미로 삼아, 뭐라도 해보겠다고 소매를 걷어올리고 무작정 '인터뷰를 해보자'라고 마음 먹은 Team BlueWhelk(이하 'TBW')는 지난 3월에 수원을 사랑하는 외국인 수원 팬, Scott Whitelock씨와 인터뷰를 진행했었다.

    성공적으로 인터뷰를 마치고, 긍정적인 반응에 다시 한 번 더 자신감을 갖고 도전을 한 TBW는 '선수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해보자'라는 설레발을 안고 곧바로 SNS를 총동원해서 몇 선수들에게 DM을 쏘았다. 그렇게 준비한 인터뷰가 지금 이 인터뷰가 되시겠다.

    오늘의 인터뷰 대상은 (이미 알고 계신 분들은 알고 계시겠지만) 기대하시라.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수원에서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급' 활약을 보여주며 2004년 우승 트로피와 함께 K리그 첫 외국인 MVP 수상이라는 명예까지 획득한 수원 삼성 블루윙즈 공식 레전드, '원샷원킬' 나드손이다.

    수원을 떠난 이후에도 여전히 SNS에서 수원 시절 영상이나 사진을 게시하면서 수원의 '찐사랑'을 보여주고 있는 나드손의 솔직담백하면서 추억 돋는 인터뷰, 지금 시작하겠다.

     

    나드손이 특별히 우리에게 DM으로 보내준 사진.

     
    반갑다. 요즘 어떻게 지내는가.
    고맙다. 요즘 ‘Top Pizza's Delivery’란 피자집을 운영하고 있다. 또 집도 몇 채 가지고 있어서 임대업도 하고 있고 고향에서 축구 관련 일도 하고 있다. 고향에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기회와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Antonius Sports Advice Capitania'와 파트너십을 맺으며 ‘나드골 프로젝트’도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제2의 나드손'을 찾으며 새로운 인재들을 찾는 프로젝트다. 이 좋은 기회를 갖게 되어 매우 기쁘며 보람과 책임감을 느낀다.


    좋다. 바로 질문 들어가겠다. 수원에서 대략 4년 반 동안 활약해주면서 팬들에게 좋은 기억을 남겨주고 갔다. 팬들이 아닌 스스로가 느끼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도 있었을 것 같다.
    수원에 있던 모든 순간이 영광스러운 시절이었다. 고르기 힘들지만 특별히 몇 경기를 뽑자면 2004년, K리그 챔피언이 되었던 날과 2005년, A3 챔피언스컵 요코하마(요코하마 F. 마리노스)전을 꼽고 싶다. 그 날 내가 멀티골을 넣어 6골로 대회 득점왕을 차지한 것도 기억에 남지만 그보다도 더 기억에 남는 이유가 있는데, 당시 차범근 감독이 내가 골을 넣은 이후 처음으로 벤치에서 격하게 내 득점을 기뻐했기 때문이다. 차범근 감독은 나에게 있어 가장 특별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골도 이와 연관되어 있을 것 같다.
    수원에서 넣은 모든 골이 모두 기억에 남아서 하나만 선택하긴 어렵지만, 굳이 하나를 고르자면 2005년 A3 챔피언스컵에서 포항전에 넣었던 골을 선택하겠다. 그때 내가 넣은 골은 내 생애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이었다.

     


    이러한 좋은 기억들을 남겨준 선수들도 있었을 것 같다. 호흡이 가장 잘 맞았던 선수, 가장 좋아했던 선수, 가장 친했던 선수가 각각 누구였는가?

    클럽에서 뛰었던 모든 이들이 특별했다. 나와 함께한 모든 선수들 하나하나가 기억에 남았다. 한 명만 택하기에는 너무나 힘들다.


    고맙다. 그럼 이제 아군 말고 적군 질문으로 가겠다. K리그에서 가장 상대하기 힘들었던 수비수가 있었나? 수원 내에서도 괜찮다.

    선수보다는 집단으로 답변하고 싶다. 내가 뛰었던 시절 우리 팀 수비진이다. 개인적으로 우리 팀 수비진은 정말 완벽에 가깝다고 말하고 싶다. 훈련 때도 이들을 뚫기 어려울 정도로 내겐 고역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울산에서 활약했던 '도도'라는 선수가 있었다. 이 선수와 친했었는지 궁금해하는 팬이 있다.

    그렇다. 나는 도도하고 굉장히 친했다. 그는 매우 세심했고 우리 가족도 도도를 많이 좋아했다. 한국에 있었을 때 도도와 함께 비디오게임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연락이 닿지 않아 너무 그립다. 도도가 잘 지내길 바란다. 어디에 있든, 나는 항상 그를 응원한다. 이 말이 꼭 도도에게 닿길 바란다.

     

    울산 현대 도도. (출처= 나무위키)

     

     

    답변 감사하다. 다른 질문으로 넘어가겠다. 알다시피 각 포지션에는 여러 역할이 있고, 공격수에도 이는 해당된다. 선수 시절에 주문받았던 역할이 있었을 텐데, 가장 편했던 역할과 그렇지 않은 역할이 있었나?

    딱히 불편했던 역할은 없었다. 대신 주문 덕분에 자신감을 얻었던 일화 하나를 소개하겠다. 내가 수원에 처음 왔을 때 나는 전방 공격수로 뛰었지만, 이상하게 몇 경기 동안 골을 넣지 못했다. 더 많은 골을 넣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당시 코치가 ‘항상 공격 지역 안에만 있어라. 공은 자연스레 너한테 오게 된다. 그때 찬스를 만들면 된다.’라고 격려해줬다. 이후 경기를 하는게 한결 편해지고 쉬워졌다.

     

    4년 반 동안 꾸준히 같은 등번호를 사용했다. 12번을 선택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그렇다. 나는 브라질에 있을 때부터 12번을 달았는데 그 이유는 팬들을 위해서였다. 보통 12번은 팬들에게 헌정하기 위해 결번으로 남겨둘 만큼 축구계에선 상징적인 번호이지 않는가. 팬은 우리에게 있어 크나큰 자산이다. 12번이 어찌보면 팬을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낸 번호이기 때문에 12번을 선호했던 것이다.

     

    나드손은 팬들을 위해 수원 시절 12번을 달았다. (출처=수블위키)

     

     

    현재 수원의 감독이 당신 선수 시절의 코치였던 이임생 감독이다. 차범근 감독 시절에 이임생 코치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기억하고 있다. 이임생 감독은 당시 수원의 트레이너였다. 이 감독은 나에게는 환상적이었다. 그는 나의 식단 관리 등을 도와주었다. 차범근 감독 역시 나를 도왔었다. 두 감독에게 여전히 감사하다.


    그럼 이임생 감독 부임 이후 수원 축구를 본 적 있는가? (본 적 있다면) 현재 수원의 모습에 대해 평가 부탁한다.

    몇몇 팬들은 내가 수원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는 걸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수원을 사랑하고, 나는 수원이 한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명문 구단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 그 모습을 찾기 힘들다. 매우 슬프다. 나는 수원 서포터들이 항상 극찬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구단의 변화 없인 우승컵도 없다. 구단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스스로 진단하고, 변화해야 한다.

     

    인터뷰 중에 차범근 감독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차범근 감독과 관련된 일화가 있나?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다. 홈 경기가 있는 날, 아웃백에서 온 음식을 먹기로 했다. 그런데 계속 기다려도 내 음식이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배가 너무 고팠어서 슬슬 화가 났었다. 내 모습에 차범근 감독도 놀랐었고 아마 내가 화가 굉장히 나있었다는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 상태로 경기를 뛰었고 경기에서 이겼다. 기억은 잘 안나지만 내가 멀티골을 넣었던 걸로 기억한다. 경기 후에 통역관이 나한테 전화로 “너 골 더 많이 넣게 하려면 굶겨야 할 것 같다”며 웃으면서 말하더라. 나는 그 말에 순간 빵 터졌고 엄청 웃었던 기억이 난다(웃음).

     

    나드손과 차범근. 이 둘의 사이는 각별하다. (출처= 일간스포츠)

     

     

    나드손 이후에도 수많은 브라질 국적의 선수들이 수원에 몸을 담았었다. 무려 작년까지만 해도 그랬다. 혹시 인상 깊게 보았거나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는가? 동료도 괜찮다.

    내가 수원에 있었던 시절 같이 뛰었던 마르셀도 기억나고, 뚜따, 에닝요도 기억난다. 또 산드로도 기억난다. 산드로와 같이 있었을 때는 항상 산드로와 같이 다녔다. 또 마르셀과는 항상 서울이나 마르셀의 집에서 같이 점심을 먹곤했다.


    모든 외국인 선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해외 적응의 가장 큰 걸림돌은 '언어'이다. 한국어를 따로 배운 적이 있나?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 한국어뿐만 아니라 한국과 관련된 것을 배우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문제는 팀 동료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외에도 많은 환경적 요인이 적응하는 데에 많은 문제가 되었을 텐데 4년 반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잘 적응해주었다. 힘든 점은 없었나.

    다른 지역 요리에 적응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있었다. 진짜 별 음식이 다 있더라. 하지만 극복하려고 노력했고 이 노력이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하는데 큰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게 확실한 것 같다. 바로 다음 해인 2004년엔 K리그 MVP라는 선수에겐 최고의 명예를 안았다. 이렇게 될 줄 알고 수원으로의 이적을 결심했었나? 이적 계기가 따로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브라질 국가대표까지 하던 선수가 K리그에 온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수원이 나를 관심있게 지켜본다는 건 알았다. 하지만 나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나의 꿈은 수원의 역사를 만들며 가족을 위해 뛰는 것이었고 팀내 최다 득점자가 되었다는게 너무나도 좋았다. 2004년 K리그 우승은 나에게 위대한 업적이었지만 그만큼 나를 괴롭히는 부상이 많았다. 나는 수원에 최대한 오래 남고 싶었지만 너무 많은 수술을 받았고, 결국 수원을 떠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2004년 K리그 MVP 수상 이후 활짝 웃고 있는 나드손. (출처=부산일보)

     

    그 결정 하나로 수원은 2004년에 K리그 왕좌에 올랐고, 당신은 '원샷원킬'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당시 이 별명을 알고 있었나.

    그렇다. 원샷원킬이란 별명을 처음 들었을 때 멋있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별명 중 하나다.


    '나드골'이라는 별명도 있었는데, 이 별명은 SNS를 보니 아직까지도 나드골이란 별명을 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 (참고로 나드손의 인스타그램 계정명은 @nadgol_barril이다.)

    Nadgol이란 별명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별명이고 매우 특별하다. 원샷원킬이란 별명을 지어준 팬이 누군지 모르지만 미안하다(웃음). 아 참! 내 인스타그램 계정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많이 팔로우 좀 해달라. (웃음)


    SNS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평소 수원과 관련된 사진이나 영상을 많이 게시한다. 이를 기억해주는 팬들이 여전히 많이 있어 기쁠 것 같다. 

    나는 수원에서 뛰며 많은 것을 이뤄냈기 때문에 수원을 너무나 사랑한다. 시간이 흘러도 나를 기억해주는 수원팬들에게 너무나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런 김에 조심스럽게 방한 계획이 있는지 물어봐도 되겠는가.
    꼭 방문하고 싶다. 어느 정도나면 우리 가족한테 한국행에 대해 항상 얘기하고 내 여권을 까먹지 않고 꼭 갱신할 정도로 한국행에 대한 갈망이 크다.


    알겠다.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겠다. 인터뷰에 응해주어서 감사하다. 덕분에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잠깐이나마 너무 행복했다. 마지막으로 여전히 당신을 추억하고 사랑해주시는 팬들께 한마디 부탁한다.

    나를 사랑하는 모든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수원 서포터들이 보여준 애정과 존중에 감사하고 있다. 하느님의 축복을 받아 코로나19에 맞서 가족들과 평온하길.

    '나드골' 나드손과 과거로 돌아가보는 추억의 시간을 가져보았다.

    아직도 다수 팬들은 때렸다 하면 들어가는 그의 짜릿한 골 맛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때 그 향수를 느끼면서, 행복했던 추억을 한아름 안고 빅버드에서 다시 한 번 그 간절함을 온몸으로 외치는 그 날이 하루빨리 다가오길 기원한다.

     

    (추신)
    나드손이 특별히 수원 팬들을 위해 영상 메시지를 보내왔다. 나드손의 수원 사랑이 가득 담긴 영상 메시지를 끝으로, 이 인터뷰를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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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 Team BlueWhelk = DduDdaZeon, 수정: Team BlueWhelk = BlueWhe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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