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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원의 전설을 말하다: 산토스 편
    Team BlueWhelk 인터뷰/전설을 말하다 2020. 5. 20. 19:03

    최근 K리그에서 경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과거를 회상하는 일명 '하드털이'를 시작했다. 첫 대상은 수원의 마지막 우승이었던 2008 K리그 챔피언 결정전이었다. 이를 보고 많은 감회가 오갔었다. 그리고 Team BlueWhelk(이하 'TBW')는 이 감회와는 약간 모순적이게도, 당시 선수들이 아닌 최근 선수들의 근황이 궁금해졌었다. 아마 이미 2004년 레전드인 나드손을 인터뷰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출처=수원삼성


    나드손을 인터뷰 하면서 문득 또다른 브라질 선수가 생각났었다. 시기는 약 10년 정도가 차이나지만 여러 공통점이 있다. 수원에서 4년 반 가량 활약해주었다는 것, 수원의 레전드라는 것이다. 2017년 11월 24일, 하얗게 눈이 내리던 그 날, 인천국제공항에서는 그 어떤 날보다 뜨겁고 아름다운 이별을 맞이하고 있었다. 수원 통산 K리그 개인 최다 득점 기록을 갈아치운 자타공인 명실상부 수원의 레전드, 산토스와의 이별이었다.

    브라질 사람인지 한국 사람인지조차 헷갈렸던 산토스는 수원에 많은 추억을 남겨주고 떠났다. 그리고 2020년 현재는 브라질 지역 리그에서 여전히 축구 선수로서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최근 SNS를 시작하면서 다시금 화자되고 사랑받고 있는 산토스, TBW가 고이 접어둔 그와의 추억을 열어보면서 인터뷰를 시도해보았다. 서툰 영어 문법으로 흔쾌히 허락해준 대한브라질리언 산토스와의 인터뷰, 지금 시작하겠다.


    Q. 보고 싶었다. 요즘 어떻게 지냈나?
    A. 코로나19가 브라질을 덮쳤지만 현재 우리 가족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Q. 아직도 수원 응원가를 기억하는지?
    A. 물론이다. 아직도 가끔 내 응원가 영상(산토스 콜)을 본다. 멋진 응원가를 만들어준 수원 팬분들께 감사드린다.

    Q. SNS로도 최근 근황을 알 수 있어 너무 기쁘다. 나 역시 산토스 SNS의 열혈팬(?)으로서 항상 빠짐 없이 좋아요를 눌러주고 있다. 혹시 요즘 유행하는 '스트리머'가 될 생각은 없는가? 라이브 방송 말이다.
    A. 글쎄, 지금 계획에는 없다. 아직은 선수 커리어에 집중해 잘 마무리하려는 생각이 우선이다.

    Q. 잘 알겠다. 현재도 축구 선수로서 명분을 다하고 있다. 향후 계획이 있는가?
    A. 선수 커리어를 마무리한 뒤 나의 모교에서 아이들을 지도할 계획이다.

    Q. 그렇다면 수원 복귀를 재추진 해보는 방안은 어떤가.
    A. 나 또한 수원으로 돌아가길 바라고 또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러나 돌아오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Q. 만약 다시 수원으로 복귀할 수 있다면 선수로 복귀하고 싶은가, 코치로 복귀하고 싶은가. 우선 본인은 복귀만으로도 둘 다 '대환영'이다.
    A. 기회가 돼서 수원으로 복귀한다면 우선 최고일 것이다. 설령 선수로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지도자로 돌아오고 싶다. 한국 축구에도 배울 것이 있다. 한국에 있는 동안 코치진에게 좋은 것을 배웠다.

    Q. 아무래도 수원에서 활약한 4년 반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수원 동료 중에 그리운 선수나 연락하는 선수가 있는가.
    A. 4년 반 동안 수원에서 뛰었던 시간은 잊을 수 없다. 현재도 염기훈 선수, 조원희 해설위원과 연락을 하며 지내고 있다. (편집자: 산토스는 조원희와 수원에서 만나기 전에도 우한 줘얼에서 함께 뛴 적이 있다.)

    Q. 기억에 남는 팬들이 있나?
    A. 한 사람만 콕 집어서 지목하기에는 모든 팬들을 항상 기억하고 있고 팬들의 성원에 늘 감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동료들, 코치진에게도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Q. 수원 시절 좋은 관계를 유지한 서정원 감독과의 기억은 어떤가, 최근에도 서 감독과 연락하며 지내나?
    A. 서정원 감독은 나에게 있어 아버지와 같은 존재다. 수원에서 나와 서 감독은 아주 좋은 관계였다. 지금도 카카오톡이나 왓츠앱 같은 메신저로 연락하고 지낸다.

    산토스에게 서정원 前 감독은 아버지와도 같은 특별한 사람이었다. (출처=수원삼성)


    Q. 본인의 경우는 아직도 고별전(전북전) 경기 때의 발리 골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당시 득점하고 나서 눈물을 보였을 때 많은 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많이 복잡한 감정이었을 것 같다.
    A. 그 순간은 정말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2017년 난 여전히 훈련을 매 경기에 최선을 다했다. 38라운드 전북 경기 전에 수원이 나와 계약 연장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경기는 AFC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기 위해 반드시 이겨야 했다. 후반전에 내가 두 번째로 교체 출전했다. 당시 팀은 2-1로 지고 있었기 때문에 경기를 뒤집었어야만 했다. 내가 두 골을 넣었을 때 나는 기쁘면서도 울컥했다. 이 경기가 수원 선수로서 뛰는 마지막 경기였기 때문이었다.

    고별전에서 눈물을 보였던 산토스, 수원 팬들의 심금을 울린 장면이다. (출처=SPOTV)


    Q. 수원을 떠나게 되었을 때 섭섭한 감정은 없었나? 솔직하게 말해주어도 좋다.
    A. 처음 떠날 때는 섭섭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떠나고 보니 집을 떠난 것 같은 느낌을 받았고, 다시 돌아오고 싶었다.

    Q. 그래도 산토스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선수였다. 어쩌면 그래서 팬들이 이례적으로 '환송식'까지 해주었는지도 모른다. 당시에 감정은 어땠는가. 혹시 당일날 다른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는가?
    A. 팬들이 만들어 준 트로피가 특히 기억에 남았다. 나는 공항에서 환송식을 진행해 줄 것이라고 상상조차도 하지 못했다. 나와 우리 가족들은 그 순간을 추억하게 되어 매우 기뻤다. 특별히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수하물 무게 문제로 난감해하자 공항을 꽉 채워 환송식에 와준 팬들이 모두가 힘을 모아 도와준 것이다. 나는 수원에서 매우 행복한 사람이었음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이 날은 이것뿐만 아니라 모든 순간이 특별했다.

    팬들이 만든 산토스상 초대 수상자는 바로 산토스였다.(출처=스포츠니어스)


    Q. 정말 아름다운 환송식이었다. 주장 염기훈이 이 날 산토스의 환송식에 함께 있었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염기훈 선수가 최근 수원 소속 통산 최다득점 기록을 경신했다. 만약 내가 산토스였다면, 조금 질투났을 것 같다.
    A. 염기훈은 수원에서 만난 소중한 친구이다. 염기훈이 내 최다득점 기록을 경신했다고 해서 질투나진 않았다(웃음). 염기훈은 수원의 상징적인 인물이자 전설적인 선수이다. 내 기록을 경신한 염기훈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Q. 산토스에게 있어 염기훈은 특별한 존재였다고 생각한다.
    A.  그렇다. 염기훈은 나에게 특별한 존재이다. 내가 세운 기록보다 더 소중한 존재이다.

    산토스와 염기훈, 환상의 콤비답게 이들의 우정 또한 환상적이다. (출처=유튜브 Supac O 님 썸네일)


    Q. 그렇기에 한국과 수원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누구보다 남다를 것 같다.
    A. 나는 그 누구보다 한국과 수원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 어쩔 땐 한국과 수원이 '제2의 고향' 같기도 하다.

    Q. 가족들은 한국과 수원에 대해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A. 내 아내와 딸들은 항상 한국을 생각하고 한국에 다시 가길 희망한다. 아마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한국을 생각하는거 같다.

    Q. 한국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혹시 가끔 생각나는 한식도 있나?
    A. 한식 중에서도 김치가 특히 생각난다. 가끔은 인터넷으로 주문하기도 하고 상파울루에 한인 식당이 있는데 거기 가서 한식을 먹기도 한다.

    Q. 그렇다면 방한 계획도 있나? 여행이든 뭐든 좋다.
    A.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한국에 다시 오고 싶다. 그렇게 된다면 내 친구들에게 꼭 한식을 먹이고 싶다.

    Q. 언제든지 기다리고 있겠다. 이렇게 우리가 산토스를 기리는 이유는 아마 최근 수원 소식을 듣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산토스가 떠난 이후 수원이 많이 부진해서 더욱 그런 것 같다. 최근 수원 경기들을 본 적 있나?
    A. 최근 비셀 고베전(ACL 1차전)과 전북전(K리그1 1R)을 관전했다. 내가 있던 때보다 스쿼드가 너무나도 달라진거 같다.

    Q. 진정성 있는 코멘트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지 듣고 싶다.
    A. 은퇴 후에 나는 작은 학교에서 축구 수업을 하러 다닐 것이다. 나를 응원해준 수원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단 말을 전하고 싶고,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한국에 다시 돌아가 수원팬들을 뵙고 싶다.

    수원을 '제2의 고향'이라고 생각하는 산토스와의 눈물 젖은 인터뷰를 나눠보았다.

    한국인인지 브라질인인지도 헷갈리게 했던 그의 매력적인 모습들과 환상적인 득점력은 아직도 수원팬들의 머릿속에 잊혀지지 않았다. 한층 더 성장해 제2의 축구 인생을 도전하고자 하는 그의 멋진 앞날을 응원하며, 다시 한 번 빅버드에서 '지도자'로 만날 수 있게 될 날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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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 Team BlueWhelk = DduDdaZeon, 수정: Team BlueWhelk = BlueWhelk, 번역: Team BlueWhelk = Paq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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